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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경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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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잠재능력에 대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어릴 적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독립이동이 불가능해 늘 보호가 필요했고, 엄마와 같이 500미터 등하교가 전부였던 아이에게 어느 날 작은 사고가 생겼습니다.

 

우리 가족은 1.5킬로미터 떨어진 북한산 자락에 있는 약수터에 자주 가곤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린 어느날 저녁 딸아이가 잠든 사이에 차를 이용해 잠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약수터에서 돌아와 보니 잠자던 딸아이가 사라져 있었다. 실종신고를 하고 동네 주변을 뒤졌으나 딸아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두어시간 후 동네 파출소에서 연락이 와서 가보니 산자락에서 서성이는 상태로 주민에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놀란 것은 아이의 배낭에 약수물이 담긴 물병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보통 아이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거리를 혼자 걷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 아빠가 먼저 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배낭을 메고 험난한 약수터를 다녀온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지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가진 잠재 능력에 대해 놀라게 되었고, 아이의 자립능력에 대해 새롭게 사고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계기로 우리 부부는 대응능력이 취약한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독립이동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교통신호등에 대해 약간의 적응훈련을 거쳐 등하교를 독립해서 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동생과 같이 가기도 했고, 사거리에 있는 녹색어머니회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교통신호에 맞춰 스스로 대로를 건너 독립해서 등하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난적도 있었지만, 발달장애 아이를 혼자 등하교시키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 하는 주변 부모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우리 부부는 아이가 자립생활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그런 위험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위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였고, 마을버스를 활용한 독립이동 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 버스와 지하철 등 독립적인 대중교통 이용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버스를 잘못 타서 서울 반대편에 떨어져 어떤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환승해 돌아왔던 사고 경험이 있지만, 그런 사고조차도 아이에게는 두려움에 맞서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완전한 버스통학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하교시는 위험을 고려하여 활동보조원의 도움을 받지만, 등교시는 만원 버스의 인파를 헤치고 독립적으로 등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독립이동 경험은 핵심적인 자기결정 경험으로서 자립생활 역량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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